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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하늘에 띄우는, 닻

여름 하늘에 띄우는, 닻

2023. 07. 20 ~ 2023. 07. 30
#여름하늘에띄우는닻 #다원예술 #미디어전시 #문학전시 #시각 전시
여름 하늘에 띄우는, 닻
당신의 여름에 부칩니다.
참여 작가 강소금, 김혜린, 송정현, 오소복, 저녁, 테히, 한정
전시 장소 갤러리라보 (서울 서초구 주흥길 77 1층)
총괄 기획 배서희
운영/디자인 양승연/정재희
주최 블로코엑스와이지
후원 온라인미디어 예술활동,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시 서문

당신의 여름에 부칩니다.
나의 여름 속 창밖에는 먹구름이 낮게 깔려 있습니다.
수국이 핀 화분 옆에는 투명한 유리컵이 나란히 놓여있고,
흰 빛줄기와 같은 빗줄기가 마른 것들 위로 쏟아집니다.
빗방울이 창문에 점점이 동그란 발자국을 남기고 미끄러지면
빈 유리컵 안으로 여름이 점차 차오르겠지요.
창문 너머로 녹아내린 여름이,
어지럽도록 눈부신 ‘태양빛’이 되었다가,
아스팔트 위 투명한 ‘아지랑이’로 이지러지고,
샛노란 ‘우산’ 위로 조용히 쏟아집니다.
건널목 너머 짙푸른 ‘여름바다’ 역시 여름이 녹아 생겨난 것이지요.
나는 ‘열대야’ 속에서 몸을 뒤척거리다가 문득.
이 ‘여름밤’을 지새우는 당신이 궁금해집니다.
당신의 여름은 녹아내리면 무엇이 될까요.
-보조 큐레이터 양승연

참여 작가

강소금

강소금's 열대야(熱帶夜) | CCCV.NFT
여름은 여러모로 나와 원수졌다. 더위 앞에선 정신을 못 차리고, 피부는 두드러기로 가렵고. 냉방병이라도 걸리는 날엔 물 잔뜩 먹은 솜처럼 며칠은 고생해야 했다. 반곱슬인 내게 긴 긴 장마는 거추장스러운 하루의 연속. 열대야는 또 어떻고. 그날은 밤새 뒤척이다 벌건 눈으로 아침을 맞이해야 했다. 우리가 흔히 열대야라고 부르는 건 그저 단순히 더운 밤이 아니라, 낮에는 그야말로 쪄 죽을 듯 덥다가 밤이 와도 그 열기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아서 아침까지 25℃ 이상으로 유지되는 밤.술이 좀 올라 자리에서 일어서자 ‘어디 가려고?’ 손 몇 개가 옷자락을 붙잡아 온다.“밖에 밖에, 담배.”웃으며 손사래 치듯 떼어내곤 왁자지껄한 자리를 벗어났다. 한가한 골목으로 몇 걸음 걸으니 횟집 앞으로 수족관 하나가 나와 있었다. 회라면 사족을 못 쓰는데 맘 편히 즐길 수 없다는 점 또한 여름의 단점이라면 단점. 파란 네모 상자 속, 유영하는 물고기를 보며 ‘너무 잔인한 생각인가?’ 생각에 꼬리를 물릴 때쯤,“물고기 좋아해요?”낯선 목소리에 고갤 돌리자, 옆엔 나와 똑같은 자세로 선 윤오가 있었다.“… ….”여름이란 계절엔 수많은 문제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밤이 오면 누군가와 얘기하고 싶어진다는 것.“…그것보단, 회를 좋아하죠.”윤오가 웃었다. 그날부터였을 거다, 열대야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게. 그를 만나고, 내 몸 일부에 들여놓고, 사랑한다고 말하던 그해 여름. 유독 무덥고 잔인했다. 유난히 지쳤던 하루가 지나갈 무렵엔 문득, 그의 이불 빨래가 나를 웃게 하기도 했다. 어느 날에는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또 어느 날에는 앞으로 당신의 무엇이 나를 더 살게 할까. 그런 게 궁금해졌고, 그런 게 궁금해진다는 게 문제였다.우리가 흔히 열대야라고 부르는 건 그저 단순히 더운 밤이 아니라, 낮에는 쪄 죽을 듯 덥다가 밤이 와도 그 열기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밤. 뜨겁게 달궈진 세상은 식을 줄 모르는데 우리는 그 안에서 함께 뒹굴기 바빴다. 살갗이 데는 것도 모르고, 그렇게 한참을 상처 입고, 얄궂게도 해가 다시 뜰 무렵, 잠들기 좋은 온도로 세상이 식으면, 그렇게 되면, 우리의 낮과 밤은, 이미 바뀌어 버린, 

김혜린

오소복

오소복's 우산아, 어디 있니? | CCCV.NFT
우산아, 어디 있니?   비가 오는 날이에요. 고양이 나비가 반짝이는 장화를 신고 중얼거렸어요. “우산이 다 어디로 가버린 걸까? 내가 정말 잘 대해줬는데. 잘 펼치고, 잘 쓰고, 잘 접고, 잘 말려주었단 말이야. 혼자서 무서워하고 있으면 어쩌지?” 바깥에서 뚝뚝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어요. 쏴, 하는 소리와 함께 굵은 빗방울도 내렸어요. 나비는 결심했어요. 우산을 찾기로요. 분명 집 안 어딘가에 있을 거예요! “우산아, 여기 있니?” 나비가 신발장 안으로 몸을 구겨 넣었어요. 하지만 우산은 없었어요. “우산아, 여기 숨은 거니?” 나비가 구석에 있는 쓰레기통에 머리를 집어넣었어요. 그 안에도 우산은 없었어요. “우산아, 어디로 간 거야?” 나비가 침대 위 베갯잇을 손끝으로 꾹꾹 눌렀어요. 푹신한 베개 안에는 솜만 있었어요. “우산아, 어서 이리 나와 봐.” 나비가 현관에 깔아둔 발 매트를 뒤집었어요. 매트 아래에 숨겨져 있던 먼지가 흩날렸어요. 지친 나비는 현관 앞에 털썩 주저앉았어요. “어디에도 우산은 없어. 사라져 버렸잖아.” 나비는 힐끔 시계를 쳐다보았어요. 이제 나가지 않으면 약속 시간에 늦고 말 거예요. 나비는 문 바깥으로 손을 뻗었어요. 차가운 빗방울이 손끝에 떨어지자마자 털이 쭈뼛 섰어요. 온몸이 움츠러들었고요. “하지만 꼭 가야 해. 오늘은 맛있는 생선 수프를 먹기로 나랑 약속했단 말이야.” 나비는 눈을 질끈 감고 빗속으로 발을 내디뎠어요. 굵은 비에 털이 젖어 들었어요. 순식간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쫄딱 젖었어요. 나비가 감았던 눈을 슬며시 떴어요. 비에 젖은 털을 싹싹 빗어 올리고, 눈을 비벼 세수도 했어요. “음, 나쁘지 않은걸.” 나비가 씩씩하게 발을 뻗어 걸었어요. 장화 덕분에 발은 보송보송했어요. “음, 정말 괜찮은 것 같아.” 나비가 빗속을 성큼성큼 걸어 나갔어요. 조금 있다 따뜻한 생선 수프를 먹으면 기분이 얼마나 좋을까요? 금세 온몸이 따끈따끈, 노곤노곤해질 거예요. “우산이 없어도 괜찮네!” 나비는 천천히 걸어갔어요. 차가웠던 비가 어느새 시원하게 느껴졌지요. 그래서 사라진 줄 알았던 우산이 저 멀리 빗속을 홀로 여행하고 있어도 손을 흔들어주었답니다. 우산도 가끔은 혼자서 비를 맞고 싶을 때가 있는 법이니까요.
오소복's 우산을 잃어버리지 않는 방법 | CCCV.NFT
우산을 잃어버리지 않는 방법   빗속을 걸을 때 필요한 건 두 가지예요. 바로 우산과 장화랍니다. 고양이 나비는 두 발에 장화를 신었어요. 번쩍이는 빨간색 장화가 아주 멋있었지요. 오늘은 우산도 잊지 않았어요. 나비는 노란색 우산을 두 손으로 꼭 쥐었어요. “오늘은 절대 우산을 잃어버리지 않을 거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우산이니까 절대로 손에서 놓지 말아야지.” 나비는 정말 그 말대로 했어요. 문밖을 나갈 때부터 우산을 절대로 놓지 않았지요. 수프 가게에서 생선 수프를 주문할 때도 우산과 함께였어요. “따뜻한 생선 수프 하나 주세요. 우산 건 없어도 괜찮아요. 우산은 먹지 않을 테니까요.” 물론 생선 수프를 먹을 때도 우산을 손에서 놓지 않았어요. “우산아, 내 옆에 잘 있는 거 맞지? 그래, 내 손에 잘 있구나. 그럼 다시 수프를 먹어볼게.” 나비는 생선 수프를 한입 먹을 때마다 우산을 쳐다보았어요. 우산은 얌전히 나비 손안에서 나비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나비가 수프를 먹는 내내 그랬지요. 절대로 우산에서 눈을 돌리지 않았거든요. “나랑 같이 화장실에 갈래, 우산아? 부끄럽다면 눈을 가려줄게.” 나비는 화장실 문을 잠그고, 휴지를 잘라 우산 손잡이에 덮어주었어요. 눈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거기에 눈이 달려 있을 거예요. 모래를 파낸 나비가 엉거주춤 자리에 앉았어요. 그러고는 우산을 힐끗힐끗 쳐다보았어요. “답답한 거 알아. 조금만 기다려, 우산아. 금방 나갈 수 있을 거야.” 나비가 다시 일어나 모레를 싹싹 덮었어요. 우산 눈을 가리고 있던 휴지도 금방 치워줬지요. 무슨 일이 있었냐고요? 쉿, 비밀이에요. 나비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산을 펼쳤어요. 노란 우산 안이 꽃이 핀 듯 환해졌어요. 나비가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왔어요. 노란 우산을 탈탈 털고, 활짝 펴서 잘 말려주었지요. 그러고는 장화를 벗었어요. 분홍색 발바닥이 보송보송했어요. 기지개를 켠 나비가 소파에 앉았어요. 나비는 입맛을 다셨어요. “내가 오늘 생선 수프를 다 먹었었나?” 왠지 꼬르륵거리는 배를 문지르면서 나비가 다시 중얼거렸어요. “화장실은 잘 갔다 왔나?” 나비가 고개를 갸우뚱 움직였어요. 기억 나는 건 노란색뿐이었어요. 잘 접은 노란색 우산, 펼친 노란색 우산, 환한 노란색 우산 안 말이에요. 나비는 다시금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오늘 내내 함께였던 노란 우산은 대답이 없었어요. 하는 수 없이 나비는 집에 있던 생선 수프를 한 그릇 더 먹었답니다.
오소복's 까만 우산, 파란 우산, 노란 우산 | CCCV.NFT
까만 우산, 파란 우산, 노란 우산   고양이 나비는 알록달록한 우산 앞에서 한참 동안 서 있었어요. 이 우산을 들었다가 내려놓고, 저 우산을 들었다가 또 내려놓았지요. “오늘은 어떤 우산을 들고 가는 게 좋을까? 다 괜찮아 보인단 말이야.” 나비가 신고 있는 빨간 장화 옆에 우산을 대 보았어요. 까만 우산도 어울리고, 파란 우산도 잘 어울렸어요. 노란 우산은 말할 것도 없었지요. 나비는 우산을 모두 안아 들었어요. 나비가 말했어요. “하는 수 없어. 우산을 다 가져가야지.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돌아가면서 하나씩 펼치면 정말 근사할 거야.” 나비는 그대로 비가 내리는 바깥으로 나갔어요. 그러고는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우산을 펼쳤어요. 까만 우산을 펼쳤다가 접고, 파란 우산을 펼쳤다가 접고, 마지막으로 노란 우산을 펼쳤다 접었어요. 하지만 나비는 하나도 근사하지 않았어요. 우산들이 너무 무거웠어요. 게다가 우산을 펼치다 팔이 엉켜 버려서 벌써 귀 끝이 젖고 말았지요. 나비가 다시 까만 우산을 펼치면서 중얼거렸어요. “우산들이 너무 무거워. 다 펼치는 건 어려워. 이를 어쩌면 좋지?” 그때였어요. 저 멀리 날개로 비를 가리고 콩콩 뛰어가는 까치가 보였어요. 나비는 들고 있는 까만 우산과 까치를 번갈아 보았어요. 까만 깃털이 까만 우산과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나비가 까치 옆으로 총총 뛰어가 까만 우산을 내밀었어요. “이거 쓰세요.” “고맙구나.” 까만 우산을 받아든 까치가 콩콩 걸어갔어요. 나비는 손이 가벼워졌어요. 그런데 저 멀리서 파란 모자를 쓰고 곰이 걸어가고 있었어요. 느긋이 비를 맞고 있는 곰과 파란 모자가 정말 잘 어울렸어요. 파란 우산도 잘 어울릴 게 분명했죠. 나비가 곰 옆으로 총총 뛰어가 파란 우산을 내밀었어요. “이거 써요.” “어머, 고마워라.” 파란 우산을 받아든 곰이 성큼성큼 걸어갔어요. 나비는 또 손이 가벼워졌어요. 그리고 아직 손에 남아 있는 노란 우산이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나비가 노란 우산을 활짝 펼쳤어요. 어깨에 얹은 노란 우산과 신고 있는 빨간 장화가 아주 근사했지요. 나비는 까치처럼 콩콩 뛰다가, 곰처럼 성큼성큼 걸었어요. 그리고 곧 고양이답게 총총 걸어갔어요. 우산 안에서 기분 좋게 꼬리를 살랑거리면서 말이에요.

송정현

저녁

테히

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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